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
쟈니 허튼, 내가 처음 만났던 팝송의 기억
사람에게는 처음 들었던 노래의 기억이 있습니다.
내게는 아주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에서 들었던 한 장의 레코드판이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쟈니 허튼(Johnny Horton)의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그 노래를 생각하면 막내이모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이 먼저 떠오릅니다.
팝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초등학생
나는 어린 시절 몸이 약해서 외할머니 댁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내가 음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막내이모의 영향이 참 컸습니다.
이모는 오며 가며 레코드판을 사 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이모가 외국 가수의 레코드판 한 장을 사 왔습니다.
그때의 나는 초등학생.
‘팝송’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영어 가사를 알아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또 듣다 보니 이상하게 노래가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들을수록 좋아졌습니다.
‘나도 팝송을 듣는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그 어린 나이에 팝송을 안다는 것 자체가 괜히 자랑스러웠습니다.
친구들은 잘 모르는 외국 노래를 나는 알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조금은 앞서가는 아이인가?’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노래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우리 가요뿐 아니라 외국 음악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 말입니다.
한 장의 레코드판이 남긴 것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검색 한 번으로 원하는 노래를 찾아 듣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사 온 레코드판 한 장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같은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때 들었던 노래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쟈니 허튼의 노래를 떠올리면 나는 가수보다 먼저 막내이모가 레코드판을 들고 들어오던 모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할머니 댁에서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던 어린 나를 떠올립니다.
음악 취향은 그렇게 시작되었나 보다
이후 나는 참 많은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옛 가수들도 좋아했고, 외국 가수들의 노래도 찾아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점에는 거창한 음악 공부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막내이모가 사 온 레코드판을 옆에서 함께 들었던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무엇을 보고 듣느냐가 한 사람의 취향을 참 오래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듣고 싶은 그 시절의 노래
이제는 음악을 듣는 방법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레코드판을 사러 가지 않아도 되고,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하나면 세계의 음악을 모두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편리해질수록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리고 노래가 흘러나오기를 기다리던 시간.
그리고 팝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이 노래 참 좋다.’
하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
쟈니 허튼의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
내게 이 노래는 단순한 옛 팝송 한 곡이 아닙니다.
내가 처음 외국 음악의 매력을 알게 해준 노래, 그리고 막내이모와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한 장의 추억입니다.
노래는 끝나도
그 노래와 함께했던 기억은 참 오래 남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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