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마음 깊이 빠졌던 외국 가수는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가 아니었을까.
미스 시절, 나는 나나 무스쿠리를 무척 좋아했다.
검은 뿔테안경 너머로 보이는 지적인 모습, 맑고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의 우아한 손짓까지….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특히 그 검은 뿔테안경은 나나 무스쿠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모습이다.
그 시절 나는 그녀의 싱글 레코드판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아침에 눈만 뜨면 제일 먼저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곤 했다.
바늘이 레코드판에 내려앉고 잠시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린 뒤 나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그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됐다.
지금 생각하면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음악과 함께 하루를 열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했던 노래는 **〈사랑의 기쁨, Plaisir d'amour〉**이었다.
오랫동안 나의 음악 목록에서 1위를 차지했던 곡이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가끔 이 노래를 찾아 듣는다.
신기한 것은 음악은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지금의 내가 아니라 아침마다 레코드판을 조심스럽게 올려놓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어떤 노래에는 그때 살던 집이 있고,
어떤 노래에는 그때의 공기가 있고,
또 어떤 노래에는 그 시절의 내가 그대로 들어 있다.
나에게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가 그렇다.
아침마다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하루를 시작했던 젊은 날의 나.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같은 노래를 찾아 듣는 나.
세월은 참 많이 흘렀지만,
좋아했던 음악만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나 무스쿠리의 〈사랑의 기쁨〉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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